2025년 3월 4일 날씨
온도는 영상 3도이고 습도는 67%이며 강수량은 3.1cm다. 바람이 조금 불어서 체감 온도는 영하 1도 정도 되는 것 같다. 해가 비추고 있는데 빗방울이 떨어진다. 우산을 쓰기 애매한 날씨다. 애초에 3월 초의 날씨가 애매한데 애매함이 겹쳐서 너무 애매하다. 정신을 차려야 한다. 세상이 애매할 때는 정신을 확고히 해야 한다. 폭군이 되어야 한다. 날씨에게 명령을 내려야 한다. 빗방울이여 떨어지기를 멈춰라. 그렇게 창문 밖을 노려보며 입으로 소리 내 명령을 내렸다. 방울은 떨어지기를 멈추지 않았고, 커피를 사러 잠시 카페에 갈 때 빗방울을 칠십팔 번 정도 맞은 것 같다. 그리고 돌아와서 창문을 닫았다. 의자에 웅크려 앉았다. 나를 괴롭히지 마라. 괴롭히지 말라는 명령도 명령인가? 애매하구나. 다섯 시가 되었고 컴컴해졌다. 이제는 빗방울이 어설프게 내려도 된다. 보이지도 않으니, 상관이 없다. 개강하고 처음 학교 가는 대학생들이 많았겠군. 비가 내리지 않았으면 좋았을 거야. 특히 갓 입학한 대학생은 햇살을 맞으며 교정을 거닐면서……. 어? 봄 같은데? 그렇게 착각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입학한 마음이 뜨거워서 체감온도가 올라갔을 것이고, 그래서 그렇게 착각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빗방울이 떨어져서 이번 신입생들에게 착각 봄은 찾아오지 않았다. 모든 것을 누리고 살 수 없다. 누군가는 누리고 누구는 누리지 못한다. 명령하노니 너는 다른 것을 누리거라. 숨이 잘 쉬어지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