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애

 바가바드 기타를 읽고 있다. 슬퍼해서는 안 된다는 말이 계속 나온다. 나는 슬퍼해서는 안 된다는 말에 반대하기 위해 이 책을 읽기 시작했다. 이 책에 슬퍼해서는 안 된다는 말이 계속 나오기 때문에 계속 반대할 수 있어서 이 책을 고른 것은 아니다. 지혜나 논리적 깨달음, 혹은 지식에 기대서 해탈하는 것이 아니라 실천으로도 해탈할 수 있어야 한다는 말이 이 책에 실려 있다고 들었다. 나는 충실한 실천에는 언제나 슬픔이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이 책을 읽기로 했다. 슬퍼해서는 안 된다는 말이 계속 나온다. 오은영 박사님이 슬퍼해서는 안 된다고 말하지는 않지만. 강형욱이 슬퍼해서는 안 된다고 말하지는 않지만. 크리슈나가 슬퍼해서는 안 된다고 말한다. 크리슈나는 마치 커뮤니케이션의 비정하고 완고하며 지혜로운 전문가 같다. 슬퍼하지 않는 방법도 있군요. 몰랐어요. 슬퍼하지 않고 사람을 죽일 수 있는 그런 관계가 가능하군요. 왜냐하면 죽여도 죽지 않기 때문이군요. 전쟁을 하는 것이 나의 일이기 때문이군요. 나의 일이 신의 일이기 때문이군요. 나는 크리슈나의 화법이 마음에 든다. 자꾸 안 된다고 말하는데 잔소리처럼 들리지 않아서 좋다. 하지만 나는 속으로는 그의 화법을 그대로 사용해서, 아니면 그가 했던 말을 그대로 사용해서, 슬퍼해서는 안 된다고 거듭 가르치면서, 시를 슬프게 만들고 싶다. 내 슬픔이 가짜일 것 같아서 불안해요. 그리고 크리슈나가 슬픔은 존재하지 않는 것이래요. 느낄 수는 있지만 유한한 것이라고 합니다. 그렇군요. 그 사실이 그렇게 슬펐군요. 당신이 그 사실을 슬퍼해서 바가바드 기타가 유명해졌다고 합니다. 크리슈나가 화신이 되었다고 합니다. 그러나 그대들 기뻐해서는 안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