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설픈 건 좋은 게 아니야
난 어설픈 사람을 좋아한다. 너무 열심히 연기를 하는데, 꽤 잘 하는데, 꽤, 꽤라는 말을 붙여야만 평가가 되는 사람. 그리고 그냥 어설픈 사람. 나는 설리를 정말 좋아했지. 춤이 어설프고, 랩이 어설프고. 그런데 그게 너무 멋진. 일부러 대충 하는 게 아닌데. 대충 하는 것도 아닌데. 대충 하는 것 같기도 하고. 그래서 너무 멋진. 심각한 음치를 좋아하는 건 아닌데. 음치들은 최선을 다하는 느낌으로 노래를 하니까. 잘 부르는 건가? 잘 부르는 거라고 하기엔 좀 모자란가? 그렇게 아주 약간 어설픈. 그런 사람들에게는 그 어떤 반박도 할 수 없었지. 사랑에 빠졌으니까. 그래서 내 주위엔 내가 사랑하는 사람만 남았지. 유명한 사람도 있고, 유명하지 않은 사람도 있지.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 어설프게 유명한 사람도 있고. 유명하기를 꺼리는 사람도 있지. 어쨌든 어설픈 사람들. 나는 그 사람들에게 언제나 천재라고 한다. 그 어설픔은 흉내를 낼 수 없는 거야. 아주 독특한 거야. 그리고 마냥 어설픈가 하면. 말도 재밌게 하고. 이상한 생각도 많이 하고. 그리고 그 재밌는 말들과 이상한 생각을 가장 사랑하는 것은 나. 만약 네가 덜 어설퍼지면. 나는 좀 슬프겠지. 어설픈 사람을 좋아하는 사람보다 어설프지 않은 사람을 좋아하는 사람이 세상엔 더 많고. 그래서 찾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그래서 너는 내가 없는 곳에서 나보다 더 어설프지 않은. 근사하고 완벽하게 보이는 사람들과 함께 지내겠지. 너는 새로 사귄 친구들과 떠들겠지. 우리는 어설픈 걸 좋아해. 우리는 다들 조금 문제가 있어. 서로 그렇게 수다를 떨겠지. 미안하지만 내게서 멀어진 순간. 너는 더는 어설프지 않게 되었어. 내가 너의 어설픔이다. 내가 너를 좋아하는 동안만. 너는 어설프다. 나는 질투도 하지 않고 외롭지도 않아. 나는 어설프지 않게 된 사람에겐 마음을 많이. 쓰지 않거든. 그리고 난 세상에서 가장 어설픈. 일어서려는 마음이 몸보다 앞서서 자꾸만 바닥을 데굴데굴 구르는 고양이랑 같이 살고 있으니까. 그리고 고양이가 내 옆에 없었을 때도. 나는 외롭지 않았는데. 이젠 외로움이 상상이 된다. 고양이가 없거나. 고양이에게 내가 없으니까. 오빠가 어디 갔다가 왔게 한지야. 한지를 생각하는 곳에 갔다가 왔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