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어조크에게 집착
내가 쓰는 시에서 나는 다큐멘터리 감독이 아니라 매력적인 다큐멘터리 감독을 좋아하는 어떤 사람이다. 내가 좋아하는 다큐멘터리 감독은 헤어조크와 <파이어 펀치> 등장인물 토가타다. 나는 <파이어 펀치>를 정말 좋아한다. 어제도 다시 읽었다. 전자책으로 가지고 있다. 앞으로도 내용이 잘 기억이 안 나면 다시 읽을 거다. 빨리 까먹었으면 좋겠다. <파이어 펀치>는 내가 만들었던 이야기들과 겹치는 구석도 많다. 대학 때 썼던 희곡 <마녀의 딸>을 다시 고쳐보면 어떨까. 고치는 건 너무 귀찮다. 새로 쓰는 편이 나을 수도 있다. 그럼 완전히 다른 이야기가 되겠지. 어쨌든 나는 <파이어 펀치>가 너무 좋다. 사람들이 이 만화의 결말을 두고 시시비비를 가리는 꼴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 중반 이후로 전개가 산으로 간다는 비난도 싫다. 라스트 오브 어스 파트2에 대한 사람들의 비난을 들었을 때도 그랬지만. 힘이 빠진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작품들이 사랑받지 않는 세상에서는 내가 만든 것들도 사랑받기 힘들겠지. 나는 토가타가 좋고. 토가타는 아그니를 따라가고, 나는 토가타를 따라간다. <파이어 펀치>의 작가 후지모토 타츠키처럼.
헤어조크의 영화 속에는 두 병사가 등장하고, 그 둘은 수많은 풍차가 심어진 들판에서 헤메이고, 헤어조크는 그들을 따라가고. 나는 헤어조크를 따라간다. 그리고 오늘 나는 헤어조크를 따라가는 사람을 따라간다. 카메라를 들고서 따라가기도 하고, 두뇌 하나만 가지고 따라가기도 한다. 나는 두뇌를 가지고 따라간다. 코로나 유행이 끝나면. 나는 두 병사로서 수많은 풍차를 따라갈 것이고, 헤어조크로서 두 병사를 따라갈 것이고, 헤어조크의 팬으로서 헤어조크를 따라갈 것이고, 토가타의 팬으로서 토가타를 따라갈 것이고, 후지모토 타츠키와 뭐라도 마실 것이고. 따라가는 사람들과 그 사람들을 따라가는 사람들을 멀리서 보면 수많은 풍차처럼 보일 것이고. 그다음의 일도 계획할 수 있겠지만. 계획에 없던 일이 생기기를 바란다. 내가 더 유명해지기를 바란다. 매일 이렇게 하농을 칠 수 있도록. 시를 쓸 수 있도록. 매력적인 것들을 계속 따라갈 수 있도록.